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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석, 고향의 달빛 아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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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1004login 2025. 10. 5. 09:1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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〈추석, 고향의 달빛 아래〉

첫번째, 귀향의 길

기차는 느리게 산허리를 돈다.
논마다 익은 벼가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,
그 바람 사이로 오래된 흙냄새가 스며든다.

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들판,
그 위로 흩어진 햇살,
그리고 마음속 깊이 피어나는 단어 하나 — 고향.

어릴 적 손에 쥐었던 송편의 온기,
골목 어귀의 웃음소리,
저녁마다 울리던 개 짖는 소리.
모든 기억이 흩어졌다가,
추석이 오면 다시 제 마음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.


두번째. 마당의 냄새

대문을 열면 감나무가 먼저 반긴다.
햇살 속에서 붉게 익은 감,
그 아래엔 여전히 솥뚜껑을 여는 어머니의 손길.

“왔냐.”
그 한마디면 세월의 길고 짙은 공백이 녹아내린다.
말보다 눈빛이 먼저 안부를 전하고,
웃음보다 따뜻한 침묵이 가슴을 적신다.

솥에서 피어오르는 김 냄새,
갓 쪄낸 쌀떡의 단내,
그리고 들국화 향기.


서번째. 달빛 아래

밤이 오면 마당은 고요하다.
풀벌레 소리 사이로
둥근 달이 마을의 지붕마다 내려앉는다.

그 빛 아래,
어린 내가 앉아 있다.
바람에 흔들리는 손끝으로
하늘의 달을 세던 그때.

“나, 커서 뭐가 될까?”
그 물음은 아직도 바람 속에 남아 있다.
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.
달빛은 묵묵히,
잃어버린 마음을 비추어 준다.

네번째. 다시 길 위에서

명절은 늘 짧다.
정이 깊을수록, 이별은 더 일찍 찾아온다.

가방 속엔 어머니의 손맛이,
주머니 속엔 낡은 집 열쇠고리가,
마음속엔 그리움의 조각이 남는다.

기차 창문에 달빛이 따라온다.
그 빛이 이별을 조용히 감싸며
또 다른 계절의 문턱으로 나를 보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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